심혈관질환
항혈소판제제, 아스피린 외
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유상용
심혈관질환
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유상용
우리 몸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나면 수 분내에 피딱지가 생겨서 출혈이 멈추게 된다.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신체 내부의 상처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관에 상처(내피세포의 손상)가 나면 골수에서 만들어져서 혈관을 돌아다니던 혈소판이 다양한 응집물질에 의해 활성화가 되고 서로 엉겨 붙게 되어 혈관을 막게 된다. 지혈을 위해 눈에 보이는 피부 말단의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것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으나 심장이나 뇌와 같은 중요한 장기의 혈관이 막힌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큰 부적절한 우리 몸의 반응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우리 몸의 정상적인 지혈반응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약물 중의 하나가 바로 혈소판의 응집을 방해하는 항혈소판제제이다.
20세기 최고의 테너를 이야기 할 때 일반적으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세라스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악 전문가들은 20세기의 최고의 테너로 엔리코 카루소를 꼽는다. 카루소는 화려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윤택의 음질, 풍부한 성량으로 20세기 최고의 명 테너였을 뿐 아니라 그의 가창법은 20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형으로 추앙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카루소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두통으로 고통 받고 있었고 그의 대리인에게 보낸 편지에 “머리의 통증이 날씨가 변할 때마다 엄습해온다. 비가 오고 갑자기 추워지면 뇌에 심한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이 고통은 너무 끔찍하다. 이것은 독일의 아스피린(aspirin)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는 버드나무 껍질의 추출 엑기스는 이미 기원전부터 진통, 해열제로 사용되고 있었고 고대 인도나 중국, 그리스에서도 버드나무의 진통효과는 잘 알려져 있었다. 이후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 바이엘사의 화학자 펠리스 호프만 박사에 의해 인공적으로 합성된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로 1995년에 이미 전세계 90여 개국에서 110억 정 이상 판매되었다.
이후 많은 연구 끝에 아스피린이 진통효과 이외에 지혈과 혈전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혈소판들의 응집과 활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 기능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1899년 미국 식품의약 안전청으로부터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승인을 받았다.
아스피린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의 발생 위험률을 약 23%,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률을 약 18%, 그리고 이런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에 의한 사망을 약 12%정도 줄여 준다는 보고를 근거로 하여 아스피린을 심뇌혈질환의 1차 예방 약제로 하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그 밖에 이미 심혈관질환 및 뇌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아스피린의 복용은 심근경색증을 약 30%, 뇌졸중을 약 20% 이상 줄여 2차 예방에 대해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용량은 75-325mg을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량의 아스피린이 저용량과 비교하여 더 효과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부작용은 용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하루 75-100mg이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 내원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와 같이 빠른 혈소판 억제 효과가 요구되는 환자에서는 160mg이상의 아스피린이 투약되어야 한다.
아스피린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소화불량에서부터 미란성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에 의한 출혈과 천공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장용정 아스피린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부작용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어서 매년 1~3%의 심각한 출혈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외에도 기관지수축으로 나타나는 아스피린 알러지가 일반인의 0.3%에서 발생하는것으로 알려져 있고, 만성적 두드러기, 기관지 천식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스피린을 과량 복용하였을 때는 간독성이나 신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경우에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약 45% 정도까지 보고되어 있어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스피린 보다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적고, 더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연구 중이고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약물로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프라수그렐(Prasugrel), 티카그렐러(Ticagrelor)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혈소판의 활성 및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제이나 그 작용기전이나 대사에 있어 차이가 있다.
현재 아스피린 이외의 항혈소판제제 중에서 심장 및 뇌혈관질환에 가장 흔히 사용되고있는 약물은 클로피도그렐이지만 프라수그렐과 티카그렐러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이들 결과에 따라 그 사용 범위와 대상도 달라질 것이다.
클로피도그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을 받은 환자에서 아스피린과 함께 최소 1년 이상 병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약물용출성 스텐트의 삽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스텐트 혈전증의 예방을 위한 것이고,이 기간 내에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을 조기 중단하면 스텐트 혈전증의 발생을 증가시키는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양인에 있어서 약물 복용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모호하며 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항혈소판제제는 심뇌혈관질환의 1차 및 2차 예방에 매우 필수적인 약물로알려져 있고, 그 중에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사용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큰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약제들에 대한 약물저항성 등이 논란의 여지로 남아 있어 프라수그렐과 티카그렐러와 같은 강력한 항혈소판 제제들이 개발되었지만 그 강력한 효과의 이면에는 출혈이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점을 꼭 명심하여야 하겠다.